2002년 1학기 감신대학교 성서와 문화 강의

  전웅제 [ E-mail ]
  가을 낙엽처럼 쓸쓸한 농촌
  

김상룡(96), 전웅제(00), 기지혜(01)

우리나라는 농촌과 도시 사회로 나뉘어 있다. 아울러 교회도 농촌 교회와 도시 교회로 나뉘어 있으며, 사회 변화에 따라 교회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해방 전까지만 해도 국민의 90% 이상이 농민으로 농업 생산에 종사하여 왔으나, 60년대 이후에 급진적인 근대화 물결에 따라 점차 농촌 인구는 감소하게 되었다.

선진국 대열을 코앞에 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조금만 생각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농촌의 모습은 겉보기와는 달리 참으로 우울하다는 것을 곧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텅텅 빈 집들이 여기저기 있는가하면, 정부의 일관성 없는 농업정책으로 인해 농민이 생산한 쌀을 야적하고 벼를 불태우고 있는 가슴아픈 현실을 우리는 보고 있다.

도시화의 물결,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이러한 농촌 속에서 농촌 교회의 모습도 농촌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의 물결을 따라 많은 남성들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농촌을 빠져나가고 나약한 부녀자와 노인들만이 남아있는 농촌의 모습, 그리고 농촌교회의 모습은 기진맥진하여 쓰러져 가는 환자로 비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농민들은 새벽부터 들판에 나가 많은 일을 하고 어두워지는 저녁에서야 집에 돌아온다. 그래도 그들은 가난하게 살고 있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도 옛말이 되어버렸고 농업은 도시로 갈 수 없는 노인이나 하는 형편없는 직업으로 전락해 버렸다. 농산물은 제 값을 받지 못하고 반면에 공산품은 비싼 값으로 사야하는 억울한 거래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많은 돈을 투자하여 특산물을 재배하였으나, 중간 상인들의 농간으로 하루 사이에 헐값이 되어 버리거나 어떤 때는 생산비는 고사하고 운임비 조차도 나오지 않아 몇 천 평씩 밭에서 썩히고 있다.

벼농사는 지어도 생산비가 얼마나 들었는지도 모르고 무조건 농사를 짓고 정부에서 수매가가 결정되면 그대로 매상해야 한다. 농사가 흑자인지 적자인지도 모른다. 애써 가꾼 농산물은 풍성한 수확과 함께 헐값이 되고, 소는 키워 토실토실 살찌우면 개 값이 되고, 땀 흘려 생산한 고추·마늘·양파·고구마 등 모든 곡물 값은 하락하여 생산비도 얻지 못한 채 빚더미 위에서 실의와 절망 가운데서 삶의 의욕은 상실된다.

농민이 게을러서 가난한 것이 아니다. 농사 기술이 부족해서 가난한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하루 먹는 쌀값은 커피 한잔 값 밖에 되지 않는다. 저곡가 정책은 농민으로 하여금 땅에 대한 희망을 잃게 만들어 온 구조적 문제이다. 많이 생산되면 가격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풍년기근이란 이를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어떤 농민은 쌀 증산왕이 되었는데 4년 만에 빚더미에 눌려 고향을 떠나 시장의 생선장수가 되었다고 한다. 쌀 증산왕이라는 명예 때문에 적자뿐인 벼농사만 고집하다가 빚더미에 앉는 것이다. 물밀 듯이 밀려오는 외국 농축산물의 수입 홍수 앞에 속수무책이다. 그래서 부지런히 일해도 빚더미에 앉게되어 정든 고향을 떠나거나 자살하는 경우도 많다.

이 시대의 특징은 ‘생명경시’이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을 파괴하고, 복지라는 이름으로 자연을 거역하는 문명은 사람을 해치고 죽인다. 농촌 현장에서 땀 흘리며 살아가는 농민의 천직인 농업은 민족경제 발전에 있어서 기초산업이요, 생명산업으로써 겨레와 나라의 삶의 바탕이 되는 산업이다. ‘농촌은 뿌리요 도시는 꽃이다’는 말은 뿌리인 농촌이 병들면 인간다운 도시건설은 불가능하거나 생명 없는 ‘조화(造花)도시’일 뿐이라는 뜻이 된다. 농촌과 도시는 따로 나눠 생각할 수 없으며, 결국 하나가 되어야 인간다운 농촌, 인간다운 도시가 가능하다는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농업은 민족경제의 발전과 국민 복지국가의 장래를 위해서 무엇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다.

인간이 그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식량을 필요로 한다. 식량만은 농민의 노력과 땀에 의해서 얻어진다. 그러므로 정부는 농산물 가격 보장과 추곡수매가의 적정선 보장, 농가 축산물 보호를 구축해야 한다. 더 나아가 지금이라도 중농정책을 써서 농민을 농촌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농민은 농사를 업으로 하여 행복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더 이상 황량하고 쓸쓸한 겨울을 맞아서는 안 된다.

가을 낙엽처럼 길가에 나뒹구는 우리 농민들의 농심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본 적이 있는가.


-한국성결신문 /방철호목사(광주, 주월교회 담임)

2002-05-16 01:37:58


   

관리자로그인~~ 전체 205개 - 현재 5/14 쪽
145
2002-05-16
1224
144
류해운,박지
2002-05-16
1317
143
최동준, 민경
2002-05-16
1267
142
이병도
2002-05-16
1160
141
2002-05-16
1278
2002-05-16
1139
139
2002-05-16
1268
138
2002-05-16
1157
137
유혜진
2002-05-16
1909
136
정종태
2002-05-15
1325
135
2002-05-15
1183
134
지경섭
2002-05-15
2150
133
2002-05-15
2110
132
이경수
2002-05-15
1919
131
정종태
2002-05-15
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