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레츠 이스라엘 성지 순례기

  박경철 [ E-mail ]
  니느웨로 갈 것인가, 다시스로 갈 것인가....
  



이제, 시작이다!

이스라엘에서의 첫 날 밤을 그렇게 설쳤지만 성지 이스라엘 땅을 밟기 시작한다는 들뜬 마음으로 날이 밝기만을 기다렸다.

텔아비브 유스호스텔 아침 식사는 원하는만큼 빵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아니, 그보다는 다행이다 싶었다. 난 원래 아침 걸르기가 일수다. 이 버릇은 한국에 온 지금까지도 그렇지만 말이다. 오랫동안 독일에서의 아침식사는 빵 한 조각, 아니 커피 한 두잔이면 충분했는데, 이스라엘에서는 항상 아침을 즐기기 보다는 점심까지 챙겨야만 했다. 먹지도 않는 야채까지 먹고 점심용 빵에도 끼어 넣었다. 눈치 볼 겨를도 없었지만, 이곳 저곳에서 나와 같은 이들이 흔해서 마음도 편했다.

욥바에서 바라본 텔 아비브빠듯한 여행경비이기에 이스라엘에서 식당에 간다는건 아예 독일을 떠나기 전부터 계획에도 없었다. 결국 여행내내 길가에 서서, 걸아가며, 앉아서 먹었다. 그러나 이 모습이 얼마나 좋은가! 성지 이스라엘 길거리에 주저 앉아있는 모습이!! 물론 식당에 갔던 일이 몇번 있었다. 브엘세바 버스터미널 뒷편 복잡한 시장통 골목 아랍계 간이 식당에서, 그리고 구 예루살렘 그 복잡한 골목길 곳곳에 있는 팔레스틴 사람들이 운영하는 우리네 분식점 같은 곳에서 였다.

혼자만의 이스라엘 여행이라 외로움이 늘 따라다녔지만, 무엇보다도 혼자 먹을때가 더 그랬었던 기억이 선하다. 그러나 비록 혼자였기에 누군가와 늘 이야기를 주고 받는 여행길은 아니었지만, 말이 없으니 그 대신 늘 생각이 많았다. 혼자였기에 가는 곳마다 느낀 감동들이 더 많지 않았을까 싶다. 말로 시간을 뺏기는대신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빵을 먹을때도 늘 책을 폈고, 여행 중 잠시 길거리에 앉거나 배낭을 벼개삼아 드러 누워서도 책을 폈었다. 내가 있는 곳과 다음 방문지에 대한 성서의 이야기들과 고고학의 결과들, 그리고 논의들을 보았다. 여러 책들에 실린 사진들을 유심히 기억해 두고 가는 곳 마다에선 시진의 장소들을 찾아가곤 했었다.

때론 지쳐 길에 드러 누워 눈을 감으면 옛 성서의 시대로 되돌아 가곤 했다. 남의 설명을 듣고 그것으로 애써 감동을 만들기 보다는 혼자서 바라보고, 찾고 생각해 보고 느껴보는 혼자만의 성지 배낭 여행은 전혀 다른 성지 순례의 감동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는다. 독일서 유렵 배낭 여행오는 사람들을 종종 접하곤 했었다. 이스라엘 성지 배낭 순례를 권해본다. 만약 내가 다음에 다시 이슬라엘을 배낭매고 간다면 텐트를 갖고 가려고 한다. 꼭 해 보고 싶은 것 중 하나가 광야에서 텐트치고 자보는 일이다.



텔아비브 유스호스텔을 나서며 이스라엘에서 맞는 3월 초의 봄 내음을 흠뻑 들어 마셔 보았다. '봄의 언덕'이라는 뜻인 '텔 아비브'여서 그랬던가, 너무도 상쾌했던 기억이 난다. 현 지도에는 텔 아비브 한 도시만을 적어 놓고 있지 않고 '텔 아비브-욥바'라고 적고 있다.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텔아비브는 이스라엘의 행정중심지라서 그런지 관광도시의 면모를 갖추고 있는 반면에 그 옆에 붙어 있는 아랍인들의 작은 도시 욥바(야푸, 야파)는 규모도 작을 뿐만 아니라 아주 가난한 옛 동네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그렇지만 내겐 텔아비브가 안중에 없었다. 단지 나중에 시간이 나면 텔아비브 대학만을 여행계획에 넣고 있었다.



내겐 욥바가 성지 이스라엘 순례의 첫 목적지 였다.

욥바 항공사진(가운데 보이는 뚝방을 걸었었다)
이스라엘에서 처음으로 버스를 탔다. 교통 할인을 받기 위해 이미 독일에서 만들어 온 국제 학생증을 제시했지만 무뚝뚝한 버스 기사는 낯선 동양인 방문객에게 그저 '로, 로!!' 할 뿐... 나중에 이야기 하겠지만 팔레스틴 지역에 갔었을때 받았던 친절에 비하면 이스라엘 지역 곳곳에서 받은 인상은 아직도 별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질 못하다.

하여간 내가 간 곳은 욥바 항구. 사실 누구도 안내해 주는 이가 없으니 막상 욥바를 간다고 해도 욥바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걸 우선 몰랐었다. 아주 단순히, '올드 시티'를 물었다. 항구 도시 욥바이니 내겐 그저 바닷가로 가면 그만이었다. 얼마 지나자 버스 차창으로 시원하게 지중해가 펼쳐지는게 아닌가! 순간 가슴이 시원스레 뻥 뚫리는 기분... 기사가 손짓을 한다. 버스에서 내려 지중해 모습과 멀리 보이는 텔아비브 해안 경치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순간, 어? 카메라 셔터가 눌려지지 않는다. 셔터를 다시 돌리고 누르려해도 그냥 힘없이 돌아가기만 한다. 카메라 셔터 고장!!! 이제 시작인데, 카메라가 고장이라니... 중학교때 아버님으로 부터 선물로 받은 아사이 펜탁스 슈퍼, 독일서 새로 300mm 망원렌즈까지 구비해서 가져왔는데, 한 장도 찍어보지 못하고 고장이라니..., 결국 욥바에서 다시 텔아비브로 돌아와서 사진관을 찾았다. 당장 고쳐야 하는 이유로 비싼 값을 내야만 했다. 고장 원인은 어젯밤 벤구리온 공항에서 있었던 거다. 독일에서 떠날때 공항에서 카메라를 배낭에 함께 넣어 부친것인데, 이스라엘 공항에 도착해서 세관에서 짐 검사를 한 것이다. 절대 주의해야할 사항이다. 카메라를 이스라엘에 가져갈 때는 손수 들고 가든지 짐으로 부칠때는 반드시 셔터를 돌려놓지 말라는 것이다. 세관 직원이 이미 돌려져 있던 카메라 셔터를 무리하게 돌렸던 모양이다. 한 번 찰칵이라도 하고 다시 셔터를 돌렸다면 됐을텐데... 아- 어디서 하소연도 할 수 없고, 경비 아끼려고 빵만 먹고 사는데, 비싼 값을 치르고 어쩔 수 없이 카메라 셔터를 고친 뒤에 다시 욥바로 향했다.


욥바에 있는 작은 이슬람 사원욥바의 작은 어촌 마을
조금 점의 기분을 지중해 바닷바람에 씻어 버리고 욥바 항구에 섰다. 난 제일 먼저 요나를 떠 올리고 있었다. 12 소예언서 중에서 가장 특이한 것이 바로 요나서이다. 예언서의 가장 큰 특징은 예언자들의 입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예언형식을 지니고 있는 것인데, "야훼께서 말씀 하셨다(코 아마르 야훼)"로 시작하여 예언선포가 있고 끝에 "야훼의 말씀이다(네움 야훼)" 라는 형식이다. 그런데 유독 요나서에만 이런 형식이 없다. 요나서는 하나의 소설과도 같다. 그런데 요나서가 현 12소예언서에 포함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안에 담긴 신학, 곧 온 민족의 구원을 말하는 보편주의, 세계주의 신학이 전체 예언서 최종 결론의 맥과 같이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낯선 이방인인 내가 하나님의 구원의 자녀가 되어 이스라엘을 찾아와 첫 방문지로 삼은 곳이 요나가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떠나갔던 바로 이 욥바 항구였으니 첫 방문지로서의 감동은 충분했다.

욥바 항구는 요나 이야기 외에도, 구약성경에는 단 지파의 땅의 경계(수 19:46)로, 솔로몬 왕이 이 곳을 통하여 두로 왕 히람이 레바논으로부터 보내오는 백향목을 수입(대하 2:10 ~ 16)했던 곳이었다. 그리고 바벨론 포로 귀환 후 제2성전 건축시에도 건축 자재로서 레바논에서 백향목을 수입해 들어오는 항구 (스 3:7)로 여기서 예루살렘으로 운반됐었다.

신약성경에는 베드로가 욥바에서 다비다라 하는 여제자가 죽은 것을 다시 살렸으며(행 9:36 ~ 43), 피장이 시몬의 집(행 10장)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다고 한다.



복음의 사명을 버리고 떠나갔던 항구가 결과적으로는 이방인(니느웨) 구원을 위해 떠나갔던 출발지가 되었던 욥바항구!

내가 찾은 곳은 욥바 작은 어촌마을, 마을 사람들이 고기 잡고 사는지는 모르지만, 난 그저 바닷가 뚝방을 걸으며 옛 성서의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따라가고 있었다. 그때 마침, 바로 눈 앞으로 작고 낡은 어선 하나가 통통 거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빨리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마치 요나의 배를 떠 올리며...
욥바 항구에서.. 혹시 저 배에...?낚시하는 사람
그리곤 생각한다. 오늘 우리네의 모습도 그때 요나의 마음과 생각, 그의 발걸음이 아닌가 하는...

비록 전도 전도 하며 외치고 살지만, 실상 나하고 다른 생각, 신앙,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질감과 적대감을 갖고 살고 있지는 않는지를....

나하고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무얼하며 살다가 죽든지 나하곤 아무 관련이 없다며 오늘 내가 타고 가는 배 밑창에서 편하게 잠만자고 살아가고 있는건 아니지...

오늘 당신은 니느웨로 가고 있습니까, 아니면 다시스를 향하고 있습니까?

언제가 누군가 년초에 내가 구약을 전공하기에 묻는다며, 구약성서중에 어떤 책을 먼저 읽으면 좋겠는가를 물은적이 있었다. 그때, 내가 말해 주었다. 올 한 해 그저 요나서만 줄곧 읽어보라고....

욥바 항구 뚝방 끝에서 바라다 본 텔 아비브 해안 모습. 멀리 바라다 보이는 건물들은 비치 호텔들요나의 이야기는 주일학교때부터 늘 상 들어 왔지만, 실상 요즘 요나서에 나타난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는 기독교인이 얼마나 있을까?

욥바 바닷가에서 바라다 본 지중해 해안 텔아비브의 화려한 모습과 아랍인들이 살고 있는 욥바의 가난한 대조적인 모습이, 마치 유대교 나아가 기독교와 타종교간의 동떨어진 모습이 되어 종교간의 미움과 싸움, 전쟁이 자본의 싸움으로 함께 비취어지기만 했다. 그리곤 이스라엘 탱크 앞에서 돌맹이를 던지던 헤브론에서의 한 팔레스틴 어린소년의 모습이 아직도 떠오른다, 아직도.....

'텔아비브-욥바'라고 붙여 쓰는 도시이면서도 하나님 앞에서 온 민족이 하나라는 말씀을 보여주었던, 이방민족의 구원을 위한 요나의 도망지였고 출발지였던 욥바 항구는 그러나 텔아비브에서는 아주 아주 먼 그런 작은 어촌으로 아직도 남아있는가 보다....
2002-01-21 04: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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